내가 열두 살 되던 어떠한 가을이었다. 근 오리나 되는 학교를 다 녀온 나는 책보를 내던지고 두루마기를 벗고 뒷동산 감나무 밑으로 달음질하여 올라갔다. 쓸쓸스러운 붉은 감잎이 죽어가는 생물처럼 여기저기 휘둘러서 휘 날릴 때 말없이 오는 가을바람이 따뜻한 나의 가슴을 간지르고 지나 가매, 나도 모르는 쓸쓸한 비애가 나의 두 눈을 공연히 울먹이고 싶게 하였다. 이웃집 감나무에서 감을 따는 늙은이가 나뭇가지를 흔들 때 마다 떼지어 구경하는 떠꺼머리 아이들과 나이 어린 처녀들의 침 삼 키는 고개들이 일제히 위로 향하여지며 붉고 연한 커다란 연감이 힘 없이 떨어진다. 음습한 땅 냄새가 저녁 연기와 함께 온마을을 물들이고 구슬픈 갈 가마귀 소리 서편 숲속에서 났다. 울타리 바깥 콩나물 우물에서는 저 녁 콩나물에 물..